경향신문 “한국인인 걸 숨기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2009/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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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본한국인연합회 새 회장 맡은 박재세씨
“20여년 전 일본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김치는 구경조차 하기 힘들었는데 요즘엔 소주는 물론 막걸리, 떡볶이까지도 즐길 수 있게 됐죠. 한국에 대한 인식이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재세 재일본한국인연합회 회장(49)은 “최근 높아진 한국의 위상과 한류 열풍으로 달라진 일본 내 교민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며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9일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한국인이란 사실을 숨기고 살았던 사람들도 ‘커밍아웃’을 하는 일이 많아졌다. 지하철 안에서 눈치를 보면서 우리말로 속삭이며 대화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낀다”며 웃었다. 한인회는 최근 10~20년 동안 일본에 건너와 정착한 한국인들이 결성한 단체다. 1945년 설립된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이 교포 중심의 조직이라면 한인회는 비교적 나중에 일본에 정착한 사람들이 만든 모임이다. 한인회는 35만여명을 거느린 민단에 비해 회원이 불과 5000여명에 지나지 않지만 유학생들의 정착 지원, 교민들의 이익 대변을 위해 활동영역을 넓혀 나가는 중이다.
민단은 해마다 8000~1만명 정도가 귀화를 하고, 고령으로 인한 자연 감소 등으로 갈수록 회원이 감소하고 있는데 
비하여 한인회는 해마다 젊은 사람들의 유입으로 회원이 증가 추세에 있다.

지난달 회장에 취임한 그는 무엇보다도 유학생과 젊은 인재들이 일본 땅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겪었던 고생을 생각해서라도 한국인 젊은이들의 일본 정착을 적극 지원하면 우리 때보다 훨씬 빨리 기반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벤처 비즈니스 육성 기구를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한인회관 설립, 코리안타운 조성 작업도 임기 중에 추진해 나갈 과제”라고 밝혔다. 코리안타운 조성과 관련, “요코하마의 중화가처럼 이곳에 오면 한국에 가지 않아도 될 만큼 문화와 관습을 접목시킨 한인타운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10년 이상 걸리는 사업이지만 현지 여론도 좋아 조성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민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교육문제를 꼽았다. 현재 일본 내 한국 학교는 도쿄, 교토, 오사카 나고야뿐이나  총련계 민족학교가 전국에 77곳이 있는 것과는 큰 차이다. 그는 “학교 문제만큼은 정부에서도 신경을 많이 써줬으면 한다”며 “도쿄의 경우 우에노나 닛포리 등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 최소한 한 곳은 더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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